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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악수하는 삶을... - 호남일보
     | 2008·03·03 10:28 | HIT : 3,841 | VOTE : 705 |
http://www.honamilbo.co.kr/ArticleView.php?id=7026dbceb9f76a5dc6fe40342fea39d1

 

꽃으로 악수하는 삶을...

광남일보 고선주 기자 첫 시집 '출간'

입력시간 2008-03-02 17:29:02


광주지역 신문사 현직 기자가 10여년의 산고 끝에 역설과 변증을 통해 삶을 고찰한 첫 시집을 펴냈다.
광남일보 문화부 고선주 기자(42)는 최근 시집 '꽃과 악수하는 법(삶이 보이는 창)'을 발간했다.
시집은 자식들을 위해 감나무를 심는 아버지와 회사 인근의 라면집 할머니, 시누대 처럼 야윈 발을 가진 리어카 할아버지, 길 위에 버려진 기름때 묻은 장갑 등 생활 속 이야기를 담은 50편의 시를 싣고 있다.
시에선 아무리 발버둥쳐도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서민들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해질녘 오르막 힘겹게 오르는 리어카에는/폐기 처분된 용지들 가득하다/칠십은 넘겼을 법한 할아버지/자신이 폐기처분된 것은 알까/…/결코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내달렸을 그 삶이/좌우로 균형 맞추고 있는 이유는 뭘까"('리어카는 달린다' 부분)
"신자유주의시대, 버려진 사람들/마치 바탕화면 휴지통만 넘쳐나는 것처럼/그래서 절망인 시대/…/아프다는 말도 못하는/컴퓨터 휴지통 같은 세상 속/사라지는 사람들/버려진 것들은 말이 없다"('휴지통' 부분)
하지만 처절하리 만큼 냉혹한 삶의 현장을 관찰하던 시인은 역설적이게도 아무런 방어장치도 갖지 못한 어린 딸을 보면서 삶의 희망을 찾는다.
"꽃은 봄에 피지 않는다/십구 개월 된 딸아이 입에서 먼저 발화한다/한창 말하는 재미에 푹 빠진 아이/꽃,꽃,꽃 했더니 껏,껏,껏 한다/껏,껏,껏 소리에/흙 위에서는 결코 피지 않는 꽃 만발한다/…/껏을 보면서/아이에게 무수히 많은 겨울이 올 것이고/꽃은 겨울에 피어 봄에 질 것이란 생각을 하다가/문득 앞을 보았더니 껏 하나가 방긋 웃고 있었다"('꽃' 부분)
또 그는 '매미'가 되어 바람에 흔들리며 노래한다.
"매미는/푸른 나무들을 악보처럼 펼쳐놓고/바람이 건들 때마다/몸 흔들며 노래 부른다/마음 저리는 날도/지열로 온몸이 끓어오르는 날도/운명처럼 소리통을 닦는 매미/도심의 산이 허물어지고/나무가 베어지는 날에도/누구하나 들어주는 사람 없지만/비탈길에 서있는 나무들에게/'힘들어하지 마라'/아파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들을 수 없는/가슴에 박히는 노래 종일 부른다"('그해 여름 매미는' 전문)
이은봉 광주대 문창과 교수는 "고선주 기자의 시는 쉽게 뜨거워지거나 쉽게 식는 얄팍한 심미적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며 "다보탑의 현란함보다는 석가탑의 소박한 격조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 기자는 "사회적 약자를 문학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민해 왔다"며 "문학적 추상성과 기법상 고민을 털어내다 보니 그동안 놓쳐 왔던 생활속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정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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