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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끌어내는 노동문학 시도” 소설가 김하경 - <경향신문>
     | 2012·07·23 11:04 | HIT : 2,424 | VOTE : 412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222131145&code=960100
노동문학계의 대모 김하경 소설집 ‘워커바웃’

“이제 시대가 변했으니 노동문학도 달라져야 합니다.”

작가 김하경씨(67)는 한국 노동문학계의 대모로 불린다. 그는 1988년 무크지 ‘실천문학’에 단편 ‘전령’을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1990년 <합포만의 8월>(나중에 <그해 여름>으로 출간)이란 장편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다.
1999년에는 르포문학의 전범으로 평가받는 <내 사랑 마창노련>(2권)을 출간했다.

인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원래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이 만들던 ‘주간신문’에 ‘여교사 일기’를 연재하면서 사회운동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는 도시 철거민들의 편에서 투쟁하게 됐다.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어 아무런 연고도 없던 창원으로 내려간 뒤 노동운동을 하며 쓴 책이 <내 사랑 마창노련>이다. 안정된 삶에서 한 발자국씩 걸어 나와 힘 없는 이웃과 그들의 삶을 담아내는 문학을 지향해온 행로였다.

김씨의 문학은 이런 삶의 궤적 때문에 더욱 큰 무게로 다가온다. 그가 최근 펴낸 소설집 <워커바웃>(삶이보이는창)은 과거에 비해 한층 복잡해진 노동문제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비정규직이나 청년실업 등은 옛날처럼 가열찬 투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세계의 자본, 노동시장이 연결돼 있으니까요. 막말해도 좋다면, 지금이야말로 전 세계가 계급적으로 뭉쳐야 하지 않을까요. 투쟁의 강도는 약해도 연대의 폭이 넓어져야 변화가 가능합니다. 과거에는 투쟁과 단결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연대가 가장 필요해요. 그러려면 자신이 좀 더 깨끗하다, 정의롭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이해하고 양보하고 소통해야겠지요.”

작가의 이 같은 입장은 소설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워커바웃>에는 귀농한 과거의 노조 간부, 노동운동가였던 아버지를 외면한 채 중산층에 편입되려고 노력해온 젊은 여성, 진보정당 활동을 하는 아내를 둔 남편, 촛불집회에 참석한 소시민 가족 등이 나온다. 사회운동의 언저리에 있는 인물들이지만, 투철한 신념으로 운동에 뛰어들기보다 개인적 상처와 욕망, 생활의 고단함에 시달리고 조직에 환멸을 느끼기도 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이다. 작가가 “노동문학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건 이 지점이다.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란 걸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표제작 ‘워커바웃’은 한 여성의 귀향기다. 조선소가 들어선 율포라는 섬 출신인 한홍이는 고3 때 아버지를 여읜 뒤 서울로 올라와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녔다. 서른이 넘어 강남지역 무가지 ‘은행나무길’의 기자로 일하는 홍이는 어느 날 책에서 호주 원주민 아이들이 14살이 되면 조상의 땅을 순례하고 돌아와 성인이 되는 풍습인 ‘워커바웃(Walkabout)’을 알게 된다. 마침 율포에서는 하청기업 노동자의 정리해고에 맞서 노조 간부 2명이 100m 높이의 굴뚝에서 장기농성을 하고 홍이는 취재차 그곳으로 간다.

이 작품은 지난해 부산 영도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 농성과 희망버스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공감을 불러왔던 운동방식은 현실처럼 소설에서도 주인공을 바꿔놓는다. 멋진 활동가 발데르를 만나고 굴뚝에서 내려온 밧줄에 묶어 음식을 올려보내느라 옥신각신하면서 경찰과 시위대가 잠시나마 한편이 되기도 한다. 서울로 돌아온 홍이는 여전히 도시 직장여성이지만 이제 ‘운동도 일종의 사랑 행위’임을 알게 된다.

또 다른 작품 ‘비밀과 거짓말’도 주목할 만하다. ‘비밀과 거짓말’에서 영상 다큐멘터리 감독인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 아내가 사라진 걸 발견하고 아연실색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실종의 원인을 탐문하던 남편은 진보정당에 몸담았던 아내가 재정 확충을 위해 빚을 내서 사업을 벌였고 분당 사태로 인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처지였다는 걸 알게 된다. 이기심과 위선이 판치는 진보정당을 고발하는 대목은 진보가 무조건 선일 수 없음을 일깨운다.

작가는 “운동 경력을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 말고, 일상생활에서 조금이라도 덜 죄짓고 살려는 사람들의 안간힘이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씨(인하대 교수)는 해설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공명하는 인물들이 나오는 김하경의 소설은 과거의 운동 실패를 회한과 열패감으로 돌아보는 ‘후일담 문학’을 넘어 새로운 연대의 전망을 만들어내는 ‘내일담’ 문학”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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