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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내 쓴내 나는 이웃의 진짜 삶들에게 - <전남일보>
     | 2012·03·26 11:54 | HIT : 2,336 | VOTE : 399 |
단내 쓴내 나는
이웃의 '진짜 삶'들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김해자 지음
삶이 보이는 창ㆍ1만30500원


전태일문학상과 백석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김해자가 쓴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출간했다.

'묵묵히, 그저 제 할일 하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날것 그대로의 서사를 온몸으로 받아 기록한 책이다.

마장동 우시장에서 내장을 손보는 아줌마, 공장에서 몸이 상해도 일을 놓을 수 없는 아저씨, 30여 년간 택시 운전을 한 택시기사, 여든 가까운 나이까지 찬 바다에 몸을 담그며 일하는 해녀, 콩 튀듯 팥 튀듯 살아가는 농사꾼, 갖가지 힘든 사연들을 안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들이 날것 그대로 펼쳐진다.

낮고 깊은 세상의 현장에서 울리는 낮은 목소리들의 서사를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생명의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면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의 위로, 가슴에 맺힌 뜨거운 연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말을 받들고 암과 싸우는 아저씨의 자아성찰을 소중하게 채록하고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방외인의 존재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이 같은 세상의 심층과 소통할 때 필요한 인내와 연민을 감내하길 권한다. 스펙터클한 영상과 이미지의 과잉으로 범람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그것들은 무표정한 발밑을 그냥 스쳐갈 뿐이다.

저자는 시 '무화과는 없다'에서 "꽃 없는 과실이 어디 있으리"라고 고백했듯이 모든 존재는 꽃을 숨기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은 의미도 없는가?', '모든 초라한 것들은 소리 없이 시들어가도 좋은가?'하며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목청도 없이 외치는 꽃들에 주목한다.

지상의 양식은 보이지 않는 내면에서 자란다.

저자는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 소중한 존재들을 향해 희망을 전한다.

"저기 보쇼이. 커다란 이파리 사이로 뭐가 비죽비죽 나와 있는 거 보이지라우. 늦봄부터 여름 가을 겨울까지 당신은 꽃을 숨기고 있당께요. 완연한 봄이 오면 느긋하게 등불을 터트리지라우. 그렇게 당신은 1년 내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오. 꽃은 며칠 피고 나면 그뿐 가만히 서만 있는 것 같아도 300날 이상 견디고 있지라우. 때로 삭풍 불어닥치고 눈보라 치는 사이 잎도 나오고 꽃도 터트려지고 열매도 맺어지는 거라우." (본문 중에서)

김해자 시인은 시집 '무화과는 없다'와 '축제'를 펴낸 저자는 마흔에 늦깎이로 등단했다.

늦둥이로 자라선지 남부시장 노점이나 밭에서 막걸리 몇 사발 나누어 먹는 어머니 또래 친구들이 많다는 저자는 칠순 팔순 나이에 제 밥벌이를 하며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그들의 얼굴과 손에 새겨진 상형문자를 읽고 배우면서 '희망 없어 보이는 지구별에서도 삶이란 참 거룩하고 따스한 거구나'하고 되뇌인다고 말한다.


김민경 기자 mk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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