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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가 된 소설가 정화진·김한수씨, 흙 속에서 다시 글을 길어 올리다 - <농민신문>
     | 2014·03·31 17:44 | HIT : 1,293 | VOTE : 109 |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30346&subMenu=articletotal
[農으로 여는 새로운 삶]도시농부가 된 소설가 정화진·김한수씨
흙 속에서 다시 글을 길어 올리다


25년지기, 80년대 대표 노동소설가
경기 고양으로 이사후 텃밭 가꾸며, 철철이 먹고 나누고…
먹고살기 급급해 펜 놓은지 오래, 농사 지으며 글도 쓰게 돼
“하고 싶은게 더 많아졌죠, 집도 지을 수 있을 것 같고…
뜻 맞는 이들과 마을 이뤄 살고파”



“빈손으로 오기 뭐하면 막걸리 두어병만 사 오세요.”

김한수씨(49·경기 고양시 일산3동)의 말대로 막걸리 두어병 사 들고 구산농장으로 향했다.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cafe.naver.com/godonet)의 공동체텃밭 중 한 곳이다.

김씨는 나이는 다섯살 많지만 텃밭 경력으론 2년 후배인 정화진씨(54·경기 고양시 백석동)와 함께 마늘밭부터 살핀다. 요놈들이 잘 살아 있나, 씌워둔 볏짚은 안 날아갔나, 뒷그루는 뭐로 할까…. 잠시 후 두 사람은 연장간 겸 쉼터인 하우스에 들어가 막걸리병을 딴다. 이들은 도시농부다. 김씨는 2009년부터, 정씨는 2011년부터 고양시내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인천에서 오래 살다 2008년에 고양으로 이사왔는데, 친구가 텃밭이나 하자는 거예요. ‘그러지, 뭐’ 했다가 은혜 받았지요.” 김씨는 이곳 구산동과 옆동네 가좌동에서 농사를 짓는다. 면적은 660㎡(200평). 철철이 먹고 나누고 남는 것으론 효소와 장아찌를 담근다. “여동생이 와서 그래요. 할머니 사는 집 같다고. 항아리가 많거든요.” 올해는 울금술과 울금효소도 담글 거란다.

“전 죽 서울에 살다가 2009년에 여기로 왔습니다. 그런데 한수가 농사지은 거라며 자꾸 갖다주는 거예요. 미안해서 도와주러 밭에 갔다가….” 정씨는 이곳과 인근 장항동에서 농사를 짓는다. 면적은 김씨의 7분의 1 남짓이지만 자급하고 남기는 마찬가지다. “특용작물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픈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좋아하거든요.” 올해는 당뇨에 좋다는 여주에 도전할 생각이다.

이들은 1989년부터 알고 지낸 25년지기다. “그때 같이 어울렸던 친구들이 안재성·윤동수·방현석·이인휘…” 하는 두 사람. 그 ‘친구들’ 이름에 정씨와 김씨 이름을 더하면 1980년대 노동소설계의 대표 작가 명단이 된다.

정씨는 1987년 단편 <쇳물처럼>으로, 김씨는 그 이듬해 중편 <성장>으로 등단했다. <쇳물처럼>은 어느 주물공장 내부의 노사갈등을, <성장>은 가난한 노동자의 대물림되는 운명을 그렸다. 둘 다 자전적인 소설이다. 평론계의 주목을 받으며 몇편의 소설을 더 발표한 이들은 언젠가부터 펜을 놓았다. 이유야 빤하다. 먹고사는 게 급했다. 두 사람은 각자 취업도 하고 함께 노점도 했다. 지금은 보다시피 같이 농사를 짓고.

“마흔까지만 돈 벌고 나서 글을 써야지 했는데, 그게 되나요. 그런데 농사를 지으면서 글을 쓰게 됐어요.” 정씨는 지난해 산문집 <풍신난 도시농부 흙을 꿈꾸다>(삶창)를 냈다. 소설집 <우리의 사랑은 들꽃처럼>(풀빛) 출간 이후 21년 만이다. 내용은 도시농부의 농사 이야기다. ‘풍신난’은 ‘풍성하고 신바람 난다’는 뜻이란다.

김씨도 지난해에 장편소설 <너 지금 어디 가?>(창비)를 냈다. 2001년 발표한 장편 <양철지붕 위에 사는 새>(문학동네) 이후 13년 만이다. <너 지금 어디 가?>는 텃밭을 가꾸며 변화하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의 이야기다. 일산중학교 텃밭교사로 활동한 경험을 오롯이 담았다. “농사를 지으면 사람이 변합니다. 아이들은 더 빠르지요.”

두 사람도 농사지으며 많이 변했다. 정씨는 눈 뜨면 하늘부터 보고, 비가 오면 파전에 막걸리가 아니라 밭 생각이 먼저 난다. 김씨는 ‘먹거리는 상품이 아니다’ ‘밥이 하늘이다’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진단다. 그런 일도 있었다. 밭일을 하다가 정씨가 물었다. “우리가 그때 생명을 알았을까?” 김씨가 답했다. “구호였겠지, 뭘.”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단다. 손수 지은 생태뒷간만 일곱개라는 김씨는 “이제 집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며 황토방에 군불 땔 그날을 꿈꾼다. 정씨는 뜻 맞는 이들과 마을을 이루어 살고 싶단다. “함께 농사지을 수 있다면 도시 근처도 괜찮을 것 같아요.” 듣는 김씨 표정을 보니 둘 사이에는 이야기가 끝난 듯하다.

막걸리가 남았는데 일어서는 두 사람. 오전 일을 끝내러 가좌동 텃밭으로 가야 한단다. 따라가 보니 밭은 만들어뒀고 이제 양파·대파를 심을 차례다. 그런데 김씨는 밭에 물부터 주자 하고 정씨는 비가 뿌렸으니 그냥 심자며 옥신각신이다.

“형, 나한테 배워놓고 대드네?”

“그래, 미안하다, 이 자식아.”

김씨가 이겼다. 덕분에 일이 많아졌다. 작별 인사를 해도 고개를 드는 둥 마는 둥 하는 두 사람. 저물기 전에 끝내고 남은 막걸리도 해치우려면 하루가 빠듯할 듯도 하다.
계획대로라면 올 한 해 내내 그럴 테고. 정씨는 올해 출간을 목표로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자칭 ‘전직 소설가’에서 ‘전직’ 두 글자를 떼려는 것이다. 김씨는 올해 소설집과 산문집을 한 권씩 내려고 한다. 산문집의 주제는 ‘도시농부의 세상 읽기’다. 두 사람 다 소설 내용은 함구했지만 흙 냄새가 날 것 같은 예감이다. 과거에도 사는 대로 쓴 이들이기 때문이다.

고양=손수정, 사진=김병진 기자 sio2s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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