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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칼럼 > 문재훈


노동운동가. 현재 <서울남부노동법률상담센터> 소장 등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삶창> 편집위원, 센터 운영위원 등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펴낸 책으로 [삶창문고-노동] 시리즈의 『노동법』이 있습니다.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하는 해가 되길
 칼럼니스트  | 2010·01·13 11:55 | HIT : 4,952 | VOTE : 818 |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하는 해가 되길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퇴하는데 33살의 젊은 노동자가 민주노총 위원장 출사표를 던져서 화제다. 그 노동자가 기륭 아침 출투에 왔다. 젊다기보다 해맑게 어려 보였는데 그 모습이 싱그러워 신선하다.

나이가 들면 확연한 가름과 단호한 자세, 확고한 신념에 찬 원칙이라는 이름의 냉기가 자꾸 거북해 진다. 특히 그 냉기는 종종 정말 나쁜 적이 아니라 조금 다른 동지를 향하고 있을 때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실상 요즘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전투적 당파성이 필요한 듯하다. 이명박 정권의 2년은 잃어버린 2년이 아니라 퇴행한 30년의 비극이다 보니 그때가 바로 우리의 가장 열정적인 시대였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그 시절 그 말들이 다시 나돈다. 반엠비 전선이니 민주연합전선이니 하는 이름들 말이다. 되돌아보면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연합전선은 성공한 전술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그 성공의 열매였다. 하지만 단 2년 만에 그 열매가 탄탄한 대지, 풍성한 대지에 자란 강건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언제든지 쉽게 뒤집어 지는 뒤틀리고 연약한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잘 보여 준다. 하지만 뒤틀리고 뒷걸음질 치는 정국은 또 한 번 과거의 성공한 전술에 대한 향수를 향수가 아니라 현실로 만들도 있다.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반복되는 실수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성찰이다. 진보진영에게 민주연합전술은 정치적 성공, 운동적 실패였다. 원래 연대 또는 연합은 일방의 희생이 아니라 상생 또는 적절한 분배에 대한 약속이다. 진보진영은 민주 연합 전선을 통해 자유주의 정치 진영 중 좌편의 집권이 노동자 민중의 주체적 단결과 정치적 결집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길을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진보진영을 대표했던 이들은 최악에 대한 차악의 승리가 노동자 민중의 조직화로 귀결시키지 않고 체제내적 정치 구도로 휘발(揮發)되는 길을 가고 말았다. 이것은 진보진영의 주체적 발전의 길을 포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진보운동의 미래에 대하여 그 도덕적 존엄성에 똥칠을 하는 것이었다.

올해 지자체 선거에서 우리는 또다시 정권과 자본과 선거전쟁을 치러야 한다. 여기에서 이명박의 패퇴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보궐 선거를 통해 이 전쟁의 전초전 또는 시뮬레이션을 경험했다. 결과는 성찰 없는 민주연합 전술의 허망함이다. 이미 기득권을 가진 토호세력과 중앙의 정치세력들의 연합에 진보진영은 동원되고 희생되고 인내하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과정이 있었다. 이래서는 이겨도 지는 과정을 또 겪어야 한다. 직접 읽어보지 않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고집으로 낸 책에서 신자유주의 특히 고용 유연성을 인정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라는 실토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실토나 반성을 민주당 등을 통해 들어 본 바가 없다. 오히려 그들이 만든 뉴민주당플랜은 더욱 상황을 악화시켰을 뿐이며 보궐선거를 통해 확인된 것은 그들의 욕심을 더욱 강해 졌다는 것이다.

함께 배워야 하지만 입장이나 노선은 다르다. 이런 상태에서 연대 연합은 존중이 필요하지만 존중은 상대방의 태도다. 인내가 심하면 굴종인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정치적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는커녕 한없는 후퇴를 겪고 있다. 이명박이라는 괴물을 만든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적 힘을 고민하지 않는 반쪽 연대연합의 결과이다. 실망과 배신의 역사를 쉽게 용인하는 성찰 없는 부박(浮薄)한 운동의 결과이다.

노동자 계급의 힘과 민중들의 지혜가 더욱 크게 발현되어 지나간 세월이 다람쥐 쳇바퀴가 아니라 자전거 페달이었음을 확인하는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 자전거 페달은 그 자리를 맴도는 것 같지만 어느새 자전거를 밀고 가듯 말이다. 그러기 위해  2010년은 성찰과 그리고 투쟁을 통해 알곡과 가라지가 가르면서도 최악의 적을 패퇴시키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가 지배하는 한반도에 미래가 도래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 어디서 이런 글을 읽었다.  
“함께 배울 수 있지만 노선이 같기는 어렵고, 노선은 같을 수 있지만 입장 같기는 어렵고, 입장은 같을 수 있지만 상황에 따른 판단이 일치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단결과 연대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출세주의나 종파적 힘만 커져 끝내 세상에 순치되고 만다.

하지만 눈을 돌리면 다음과 같이 읽을 수 있다.
“급박한 상황에 따른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입장이 다른 것만이 아니고, 입장의 다를 수 있지만 노선이 다른 것이 아니고, 노선이 틀릴 수 있지만 함께 배울 수은 있다.”

배우고 성찰하여 진정한 온고지신을 실천하여 명박정권의 심판과 민족대단결에 기초한 자주적이고 평화적 통일의 전기가 마련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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