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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 현재 <서울남부노동법률상담센터> 소장 등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삶창> 편집위원, 센터 운영위원 등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펴낸 책으로 [삶창문고-노동] 시리즈의 『노동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철도노조 옆에 서야 하는 이유"
 칼럼니스트  | 2009·12·01 13:17 | HIT : 5,118 | VOTE : 920 |
"우리가 철도노조 옆에 서야 하는 이유"
[기고] 노조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명박 정부
문재훈(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

철도공사노조가 11월 26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했다. 거기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른바 CEO 대통령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연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에 대하여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해서도 안 될 것’으로 밀어붙이고 “(철도파업에 대해)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 된다”고 해 철도공사와 공안 당국에 사실상 강경 대응 지침을 공공연하게 내렸다. 용산 쌍용으로 이어진 21세기 대한민국의 비참이 이제 철도로 이어지는 듯해서 소름이 확 끼쳐 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CEO 경험의 특징은 대강 두 개 인듯하다. 하나는 온 국민을 부하직원으로 다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온 국민은 명령복종의 의무만 있어야 한다는 제왕적 사고다. 무섭고 지긋지긋한 CEO란 단어다.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철도노조 파업은 목적성에서도 정치파업이 아님으로 합법파업이라고 강조했다.ⓒ 민중의소리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여기서 헌법이 보장한다는 것은 법이나 행정으로 그 본질적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불법의 딱지를 부치고 탄압했는데 이에 대하여 노조가 신중하게 대처하자 이제는 불법 딱지를 부치지도 못하면서도 ‘이해도 하지 말고 타협도 하지 말라’고 한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헌법적 노동권과 노동조합을 불필요한 것 또는 제거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나라 노동법은 스스로를 최저 기준으로 규정한다. 노동법을 완전히 지켜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준을 달성한 것에 불과하다는 거다. 이 최저 기준을 조금이라도 상향시켜 나라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는 것이 노동3권의 몫이다. 단결하고 교섭하고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자본이나 국가도 그만큼의 고통을 감수하라는 쟁의권 즉 파업권은 우리사회를 민주주의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문제는 자본과 현 정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면 돈 버는 것을 방해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돈이 주인인 세상이라 자본주의겠지만 ‘돈 나고 사람 난 게 아니라 사람 나고 돈 난 것’임을 외면하면 스스로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 된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불법 파업도 아닌 합법 파업을 규탄하는 것은 헌법을 공공연하게 부정하라는 말이 된다. 최소한의 상식과 체면만 있어도 대통령 입에서는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천박하다. 결국 대통령이 이런(!) 언행은 ‘노동자들이 노동법 즉 최저기준 밖에서 인간이 아니라 노예로 노동하는 것’이 현 정권의 선진화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철도 파업 사태를 유심히 보고 있으면 정말 한국 노동자들은 불쌍하다. 자신의 헌법적 기초 권리를 수행하는 것에 불과한데도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고 욕만이 아니라 고소고발 당하고, 직위해제 당하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 반면에 공사 측과 정부 측은 시민의 불편함을 최소화 미명 하에 불법으로 외부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고, 해고자 복직요구, 30억 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및 조합비 언급 등의 단체 협상 내용을 왜곡해 보수언론에 흘려 불법 파업으로 몰아가는데 급급해 하고 있다. 불법이 합법을, 이윤이 헌법을 유린하고 모독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정부의 이름으로 말이다.

이런 이명박 정부의 본질적 모습은 크게 변한 것이 없지만 쌍용차 투쟁만 해도 경찰청장이 노조 파괴의 총대를 멨다. 철도 공사의 경우 사장이 전 경찰청장으로 임기 때 농민을 두 분이나 죽인 경험자로 탄압에 일가견이 있고, 노동부 장관이란 자가 노동의 노자도 모르는 재경부 관료출신이다. 노동자에게는 최악이고 자본가에게는 최선의 구도 속에서 파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원천적 불평등도 모자라 대통령이 직접 총대를 메고 노조 투쟁을 매도하고 나선 것은 유별난 일이다. 왜 대통령이 직접 파업권에 대하여 적대 선언을 했을까?

여론은 공공부분 선진화의 걸림돌인 노조를 무력화하는 것이라 하고, 사회적 안목이 있는 분들은 공공부문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을 말하면서 전체 노사관계 ‘새판 짜기’의 첫 단추를 꿰고 있음을 알려준다. “공기업들의 조직적인 단체협약 해지 등을 보면 정부가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을 유발하려는 것 같다”며 “정부가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노조 탓으로 몰아가기 위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오건호)는 진단도 날카롭다.

실상 이명박 정권은 (공공부분)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이미 올 9월부터 노동부도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 소속 297개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개정 현황을 월 단위로 점검해 제출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철도공사·가스공사·발전5개사가 잇달아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단체협약은 노사 간의 존립의 근거다. 평화협정조약이다. 단협이 없다는 것은 노사 간에 전쟁 중이거나 아니면 노동조합이 없는 것을 말한다. 노동조합이 있는데 단협을 해지하는 것은 전쟁을 하던가 아니면 완전한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짓이야 말로 이해할 수도 이해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민주적 상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저들이 단협을 공격하고 또 파업을 공격하는 것은 해도 너무하다. 팩스 한 장으로 단협을 해지하는 것은 문자 메시지로 해고를 하는 것만큼 무경우 하다. 하지만 지금의 양상은 무경우의 수준을 넘어 노조가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사정 6자회의 28일만에 결렬됐다.ⓒ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복수노조 및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놓고 한 달 여간 진행돼온 '노사정 6자대표자회의'는 어떤가? 11월 25일 마지막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최종 결렬됐다. 들리는 말로는 임태희 노동부장관의 입장이 완강했다고 한다. 정부는 교섭 창구를 단일화 하는 것으로 노조를 기업별 차원의 회유와 분열을 키울 수 있고 복수노조 인정으로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을 혼란에 빠트려 꿩 먹고 알도 먹을 뿐 아니라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노조의 자생력은 붕괴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법제도로 노동조합을 질식사시키려는 것이다. 이런 정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자신의 정책 연대 파트너였던 한국노총조차 총파업을 선언하게 만들었을까? 한국노총마저 외면하고 노동자 탄압에 나선 이명박 정권의 모습은 결국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넘어 노동조합의 제거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는 공무원 노조에 대한 탄압에서도 잘 보여 준다. 어깨나 머리에 두르는 띠가, 자주 민주 통일의 역사가 담긴 노래가, 반정부라고 한다. 관제데모에도 머리띠가 있음을 잊은 모양이다. 노사정 간에 대화를 하자고 불러놓고 뒤로는 통합공무원노조 위원장을 해임하는 처사는 정권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처음부터 대화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넘어 오직 국민들의 눈만 현혹시키고 독선과 총칼로 노동조합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불가능한 현상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파탄 나고 파시즘의 나라로 후퇴하고 있다는 경고음을 들어왔다.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민주노조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복지’ 발전의 주동력이었다. 공기업을 팔아먹고, 4대강을 파헤치고 부자들에게만 감세를 하면서 끝끝내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의 속내는 결국 귀찮은 민주주의를 끝장내고 부자들만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도 조용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길의 걸림돌이 바로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거나 제거하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거기에 희생양이 바로 철도노조다. 철도노조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한 번 한국 민주주의 시금석이 되었다. 그래서 당부하고 호소한다.

철도노조여! 이 땅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승리하시라.
이 땅의 민주주의와 양심들이여! 민주주의를 위해 철도노조를 엄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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