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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칼럼 > 문재훈


노동운동가. 현재 <서울남부노동법률상담센터> 소장 등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삶창> 편집위원, 센터 운영위원 등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펴낸 책으로 [삶창문고-노동] 시리즈의 『노동법』이 있습니다.


노조 전임자임금 문제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칼럼니스트  | 2009·11·16 11:14 | HIT : 4,750 | VOTE : 836 |
-- 이건 민중의 소리에 실린 글 --

노조 전임자임금 문제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8-90년대 현장에서 노조가 만들어 지면 임금 인상과 함께 단체협약을 맺는데 가장 큰 쟁점이 노조 사무실 확보와 노조 전임자 확보였다. 이 두 가지는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의 척도였고 이후 노조활동에 대한 중요한 담보였다. 특히 조합원 대중들이 임금과 근로조건에 집중할 때 선진노동자들은 민주노조활동 조건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그것이 바로 현장 내 노조활동의 조건인 전임자 확보였다.

그 전임자 임금 문제가 복수노조 문제와 함께 올 하반기 노동 문제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로 인해 이른바 일자리 선진화 방안 중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와 파견 확대 문제를 시행령 개정으로 슬쩍 관철시키려는 자본과 권력의 의도가 은폐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는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지원이기에 형식적으로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전임자 임금 문제는 정확히 그 반대다. 전임자 임금은 노조의 투쟁의 산물이라는 점, 그것을 통해 안정적인 노조 활동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경총 등 자본가들이 가장 싫어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도 마치 노조의 자주성을 위하여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정권과 자본의 논리는 한민족으로 위해 조선을 식민통치했다는 강도 일본의 논리만큼 뻔뻔스러운 것이다.

전임자 임금 지급 대신에 나오는 ‘타임오프제’(유급 근로 면제 제도)의 본질은 더욱 흉악하다. 이 제도는 유급 노조활동시간 전체를 자본이 규정하겠다는 속셈을 감추고 있다. 이른바 노조 활동 중 유급으로 정하는 영역이 이미 노조 법 등에서 유급으로 정해진 것이기에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이런 규정을 하는 것은 그 외의 노조 활동에 대하여 무급화 함으로써 노조 활동에 대한 전반적 제한 및 위축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유급 노조활동이 사업장 내 노사관계에 국한된 영역이라, 사회 정치적 ‘노조활동’은 법으로 배제하고 ‘기업의 노무관리 틀’에 노조 활동을 끼어 맞춰 기업별 노조의 특색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산별노조, 지역(일반)노조 운동과 같은 초기업적인 노조 운동을 제도적으로 제약하고 노조활동을 기업 안으로 가두고, 기업 안에서 노조 활동을 노사협의회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이것은 결국 노동자 계급의식의 형성을 막고 여전히 기업별 종업원 의식으로 민주노조운동의 뿌리를 썩게 하는 것이고 남한 노동운동의 전투적 전통을 고사시키려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노조의 이상은 이미 KT노조와 현중 노조를 통해 그 전형이 실현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정권과 자본은 제3노총보다 더 강력하게 민주노조운동을 억제하는 것이 기업별 노조로의 환원이라 보고 있는 듯하다.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창구단일화를 통한 통제, 전임자 임금 금지를 통한 노조 활동 자체의 축소가 그들의 전가의 보도인 셈이다.

전임자 임금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인 인식은 노조 활동비용은 조합비로 하라는 시민들의 상식으로부터 어용노조에 분노하여 전임자 임금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는 시각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전임자 임금이 금지되면 민주노총의 예상에 의하면 현재 노조전임자의 40%정도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40%의 활동 역량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별노조를 만드는 논리 중에 하나가 노조를 키워 대책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전임자 임금은 지급되어야 한다. 노조활동이 회사에 가장 좋은 외부효과를 주는 활동임을, 노동의 가장 큰 활력소임을 인정하는 것이자, 민주노조가 만들어 온 좋은 제도 중이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권력과 자본은 국제화를 말하면서도 좋은 국제화는 외면하고 노동자 서민을 괴롭히는 야만의 국제화만 주장하는 편집증 환자들이다. 그런 편집증의 희생물 중의 하나가 투쟁을 통해 쟁취해온 권리인 전임자 임금을 갑자기 자주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돌리는 작금의 행태다.

반면에 노조활동에 대한 사회정치적 존중과 보장이 모색되어야한다. 노동법이 우리 사회 가장 큰 인권의 토대이듯 노조활동은 우리 사회 민주화와 인간적 삶을 보장하는 가장 큰 영역이다. 그러므로 노조활동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토대확보가 모색되어야 한다.

다만 노조활동이 생계가 보장된 뒤에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이 안정되면서 운동과 투쟁이 돈으로 환원되는 모습을 많이 본다. 교통수단이나 식대가 지급되지 않으면 동원되지 않는 연대투쟁, 활동비의 안정적 보장이 안 되어 할 일은 많으나 접고 마는 미조직 조직화 활동 등 극단적으로 온몸을 다하는 운동이 아니라 마치 취미생활 같은 노조운동 조짐이 많이 보인다. 이런 느슨함이 한때는 우리의 가장 큰 무기였던 ‘헌신과 희생’의 소멸된다는 것이다. 이런 운동의 퇴행 현상, 즉 운동이 임노동으로 전락되는 모습이 구체화 되는 것과 전임자 임금으로 정권과 자본이 민주노조운동을 협박 공격하는 작금의 현실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쉼 없이 투쟁하고 투쟁해온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역사가 상근자의 생계 앞에서 비틀될 때 진정으로 죽는 것은 운동 자체가 아닐까 한다.  

운동은 일구는 맛이다. 누리는 맛은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지만 일구는 맛은 그렇지 못하다. 전임자 임금이라는 주제 아래서 돈이 아니라 사람이 있어 노조 운동의 미래는 밝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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