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보이는 창

 

 

 

 

 

 

> 삶의 칼럼 > 최경주


건설 일용노동자로 오래 살아 왔습니다.
현재는 <건설연맹 서울건설지부>에서 조합원으로 있습니다.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현장에 도둑이 들다
 최경주  | 2006·01·16 23:12 | HIT : 2,037 | VOTE : 231 |
지난 주 토요일 14일, 6층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허름한 옷을 입는 사내 하나가 ‘닥트반장’을 애타게 찾았다. 금방 함께 있었기에 두리번거리다 안보여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을 했는데 사내는 바쁘게 움직이며 자기발로 찾아 다녔다. 다른 사람 말을 들어보니 다른 층에도 올라와 반장을 찾았다고 한다. 뒷모습을 보면서 함께 현장 생활을 했던 친구쯤 되는가 보다 생각을 했다.
그러나 두어 시간이 지나도록 반장을 만나지 못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둘은 친구 사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안면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다른 전혀 뜻밖의 용무가 있었던 것이다. 사내가 반장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릴 때 쯤 둘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 사내가 건물에 대하여 이것저것을 물어보기에 간단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고 한다. 사내도 그가 반장인 것을 몰랐다고 한다.
결국 둘이 만난 것은 송풍기를 옮길 때였다. 송풍기는 십오 마력 정도 되는 것인데 그걸 나르고 일요일 내내 허리 통증으로 누워 있었다. 확실히 몇 년 만에 현장에 나온 표시가 난다. 또한 나이도 있지 않는가! 이십대 삼십대가 아니다. 힘을 쓰는 정도가 틀려진 것이다. 반장의 지시로 몇 사람이서 송풍기를 짐차에서 내리고 있는데 현관에 그 사내가 모습을 들어 낸 것이다.
“반장님 좀 봅시다!”
그 사내가 반장을 불렀다.
“아까부터 찾던 사람인데.”
사내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반장에게 손짓을 했다.
“왜요?”
대답하는 걸 보아 모르는 사이였다. 그걸 보고 나는 다른 직종의 책임자거니 했다. 일 때문에 협의하러 왔나 하는 생각도 했다. 잠시 후 둘은 무슨 말을 나누더니 헤어졌다. 사내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끄떡이더니 뒤 모습을 보이며 총총히 걸어 가버렸다. 반장은 우리에게 어이없다는 듯 말을 그 사내와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근처 건달인 모양인데 용돈을 좀 달라던 것이었다고 한다. 좀 도와 달라기에 뭘 도와 달라는 가 했더니 돈이라는 것이다.
돈,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민 것이다. 대단한 손이다. 무엇을 믿고 손을 쑥 내 밀었던가? 어떤 반대급부가 있기에 도와 달라고 한 것인가? 반장은 자기 옷을 가리키면서 나도 똑 같이 일하는 사람이다. 도와주면 댁이 나를 좀 도와 달라고 했고, 정 그러시면 사장이 오거든 말을 해보라고 했다고 했다.

언제였던가? 오래전 일이다. 강남 어디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현장 사무실이 시끄러워 쳐다보니 고물장사 하나가 현장사무실 앞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현장의 고물을 자기가 가져가려고 했는데 경비가 말렸던 모양이다. 그 날 이후 현장의 고물은 그 사내가 독차지 하게 되었다. 현장사무실에서 귀찮으니까 그 사내에게 맡겨버린 것이리라. 고물장사도 그런 배짱이 있어야 고물다운 고물을 챙길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게 다 호랑이 어금니와 같은 것이리라. 누구나에게 먹고 살아가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봉사활동을 한 선배 이야기를 들어보니 숙소에서 잘 때 윗 주머니에 돈을 조금씩 넣어 가지고 잔다고 한다. 자신은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그 돈의 용도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고 총을 가지고 들어오는 강도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목숨 값인 것이다. 람보나 황비홍이 아니고는 부당한 것에 대한 대응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 이야기를 함께 하던 형 하는 말이 총을 들고 털러 들어온 수고비라는 것이다. 그것도 다 예의라나.
어쨌든 반장은 어이없게 웃으며 거절을 했다. 사실 들어줄 내야 들어줄 돈도 없다. 그 반장의 형편이야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루걸러 우리는 부평역 가기 전에 노점에서 어묵 꼬치안주에 소주 한 병을 한잔씩 두 잔에 따라 마시고 퇴근을 하기 때문이다. 그때 꺼내는 돈은 꾸깃거리는 오천 원짜리 한 장이나 천 원짜리 두어 장이다.
“예전에 가끔 저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근래에는 없는데.”
“안 주면?”
“현장에 창고를 털어 갔거든. 근데 여기는 힘들어 보는 눈이 많아서 영업을 하는 곳이 있으니까 가져갈 수가 없지 경비도 있고.”
“그래도 뭔가 있으니까 저렇게 와서 손을 내밀지 않았을까요?”
“뒤가 켕겨?”
“당연하지. 나는 이런 관계에 대해 조금 알고 있지. 다 수가 있으니까 내미는 것 아니요. 텃세에 대한 세는 내야지. 세상이 다 그렇더라고.”
“그렇게 걱정이 되면 너희 연장은 창고에 갖다 놓고 퇴근해. 열쇠 받아 놨으니까.”
현장에 세 개의 조가 일하는데 대부분 연장을 일하던 곳에 대충 안보이게 감추어 두고 퇴근을 한다. 현장이 예전과 같지 않아서 남의 연장은 손을 대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 현장에서 연장을 잃어버린 것이 없다. 흘려서 잃어버린 것은 있지만. 나는 송풍기를 나르고 마감 시간이 되어 연장을 챙겨 창고에 가져다 놓았다. 우리연장만 그곳에 놓고 퇴근을 했다.

허리가 아파 끙끙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오늘 아침에 출근을 해보니 현장이 난리가 났다. 다른 두 팀의 연장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사실 다 합쳐봐야 얼마 되지 않지만 당장 일을 하기에 연장이 없으니 난감할 수밖에. 우리 연장을 반으로 나누어 다른 팀과 함께 쓰기로 했다. 일하는 곳에 가서 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우리가 날라놨던 10층의 송풍기 모터가 사라진 것이다. 그 모터는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이라 값이 꽤나 나갈 것이다. 토요일 밤에 누가 와서 뜯어간 것이다. 오후에 들어서는 8층에 있던 송풍기 모터까지 없어진 것을 알았다. 돈으로 따지면 꽤 많은 돈이다.
누가 가져갔을까? 사실 본 사람은 없다. 아무도. 봤어도 말을 못할 것이다. 누가 말을 할 것인가? 분노를 느껴야 하나? 나는 분노보다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현장에 어떻게 딱 우리 직종인 ‘닥트’ 연장만 없어질 수가 있단 말인가! 뒷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끄떡이며 알았다고 사라졌던 사내를 의심할 것인가! 글쎄다. 의심은 가지만 어쩌란 말인가! 그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현장에 도둑이 들었을 때 현장격언이 하나 있다. ‘한번 털린 현장은 또 한 번 털린다!’ 반장에게 그 말을 해주려고 했으나 차마 하지 못했다. 우리 연장은 꼭 챙겨서 창고에 가져다 놓았다. 다른 팀도 중요한 연장은 확실하게 문을 잠글 수 있는 창고에 가져도 놓았다. 정말 다시 한 번 연장이 털릴 것인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일꾼 하나가 이런 질문을 하였다. ‘그 사내가 다시 올까?’ 나는 올 것에 손을 들었다. 반장은 말없이 수저로 밥을 먹었고 몇몇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데 손을 들었다. 몇 칠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일이다.


· d41d8cd98f * 왼쪽의 글자중 빨간글자만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178   휴식2  최경주 06·02·08 2025
177   휴식 1  최경주 05·12·21 2298
176   횡성 들판의 까마귀떼  최경주 06·03·19 2175
175   회개  최경주 08·05·11 2610
174   혹시 딸이 있습니까? 1  최경주 07·09·15 2046
173   혈압 때문에 현장에서 되돌아 왔다.  최경주 08·02·21 2804
  현장에 도둑이 들다  최경주 06·01·16 2037
171   현장에 내리는 비  최경주 05·07·24 2323
170   현장에 굴러 다니는 대선후보 기사  최경주 07·05·13 2250
169   함바 여주인 서씨  최경주 06·02·12 2123
168   한 친구가 다친 날  칼럼니스트 10·01·26 3322
167   하청에 하청에 하청에서 살아남기  칼럼니스트 09·09·14 1907
166   하방 한 사람들  최경주 07·07·09 1929
165   하루치 일당과 모범  최경주 07·08·31 2008
164   하루가 간다  칼럼니스트 09·09·21 2023
163   표피와 악령  최경주 06·12·31 1786
162   포이동에서 - 비애로운 너무도 비애로운 거리  최경주 07·11·17 2370
161   평택에서  칼럼니스트 09·08·06 1942
160   파~하하  최경주 06·04·06 2182
159   특별한 책임자를 만나다  최경주 06·09·10 2205
123456789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GGA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