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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칼럼 > 최경주


건설 일용노동자로 오래 살아 왔습니다.
현재는 <건설연맹 서울건설지부>에서 조합원으로 있습니다.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하방 한 사람들
 최경주  | 2007·07·09 07:10 | HIT : 1,929 | VOTE : 224 |
하방이란 무엇일까? 징계를 받은 사람들? 낮은 곳에 임하는 사람들? 거꾸로 사는 사람들?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도 하방운동을 한단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어떤 운동인지는 모르겠다. 인터넷에 뜬 몇 줄에 글을 보니, 청년들의 도시 집중화를 막는 차원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하방이 그런 것인가? 글쎄다. 자세히 모르니 뭐라 말할 수가 없다.

어제 휴일에는 ‘신경림시인’의 ‘시인을 찾아서’를 읽었다. 모처럼 주말을 끼고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쉬게 생겼다. 근래 수년을, 길게는 이십 년 정도 문학에 관한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 현장에 나오면서부터 현장을 가는 이동거리가 길어서 그런지 여러 책을 읽게 된다. 확실히 책을 읽는 것도 습관이다.
어제 아침 문득 아이들 책 틈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우리 집에 이런 책이 있었나? 도서관에서 빌려온 것인가? 책을 꺼내 보니 도서관 낙인이 없다. 몇 장을 읽어보고 빠져들어 종일 들고 다니며 읽었다. 조합의 정박사는 늘 나를 질책했었다. “제발 책 좀 읽어, 책을. 뭐 아는 게 있어야지.” 그가 술만 마시면 들려준 당대의 유명 시인들 삶이 펼쳐져 있었다. ‘아, 그렇구나!’싶은. 이런 글을 보면 한민족의 시인 중, 누구 하나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그들의 삶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손끝에 그들의 초췌한 소매가 닿고 맑은 잔에 가득 찬 소주 냄새가 풍기는, 시인들의 기행과 빼어난 산천의 서정이 죽 펼쳐져 있었다. 애절한 아픔에 푹 빠져 중간쯤 읽었나? 문득 가슴 한 귀퉁이에서 작은 소리가 들쑥날쑥 거리더니 한꺼번에 일어났다. 책 안에 있는 시인들 중, 몇은 당대의 이름을 날린 열혈 활동가들이었고 더러는 아니었다. 종으로 횡으로 저자의 삶 속에 얽힌 시인의 일상이 꾸밈없이 주름진 얼굴로 허허 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누구든, 분단을 혹은 혹한 노동을 언급했든 안 했든, 억눌리고 울분을 참지 못하고 절규하는 비명이 가슴을 쳤다. 어떤 시든 이 땅에서 쓰인 그 순간, 이 거대하게 뒤틀린 사회 토대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았다. 개별적인 다양한 시들의 하나가 되었을 때, 근대 역사를 피하지 못하고 살아간 신음들이 외침이 되어 만지면 타들어 가는 태양처럼 시속에 뜨겁게 낙인되어 있었다.
언젠가 ‘이문구 선생’의 ‘우리 동네’를 실감 나게 읽는데, 문득 가슴 한구석이 울컥하고 치솟았다. 중간쯤 읽었을까? 농민들의 마른 손으로 가슴을 치고 뜯는, 목멘 외침이 들렸다. 사실 책 안에는 그런 비통한 농민들의 이야기는 없었다. 사람은 책을 읽으면서 의심도 하고 동의도 하고 처지를 바꾸어 가며 생각하기 때문에 읽다가 이런저런 것이 소리가 들리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만 골라서 그런지, 부정한 시인은 하나도 없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시인을 시인이라고 말하기도 그렇지만. 맨 나중에 나오는 ‘사무사’라는 말이 시인의 참모습이 아닌가 싶다.

일하는 사람의 고된 손발을 보듬고, 뒤틀린 산천에 흙을 뒤집던 사람들, 민중들의 아픔을 차마 밟고 서지 못한, 늘 운주사 산등성이 와불처럼 살아간 시인들, 바람처럼 사욕에 머물지 않고 삿된 마음을 저버린 시인들, 거센 바람 잘날 없는 한 많은 산천을 못다 일구고 묻힌 그들을, 나는 하방 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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