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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칼럼 > 최경주


건설 일용노동자로 오래 살아 왔습니다.
현재는 <건설연맹 서울건설지부>에서 조합원으로 있습니다.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건설, 건설노동자
 최경주  | 2003·12·01 00:32 | HIT : 4,325 | VOTE : 284 |
지난 10월 대전 건설노조 위원장과 간부들이 구속되었다. 이른 아침 집 앞에서 연행된 것이다. 세번의 소환장을 받고 경찰에 출두를 통보한 상태였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사무실에 출근을 해보니, 여성 노무사가 신문을 봤냐고 물었다. 신문을 펼쳐보니 민주노총 소속 간부가 금품 갈취범으로 6명이 체포된 제목으로 박스기사가 실렸다. 위원장이 한겨례가 이 정도면 다른 신문은 더 할 것이라며 다른 신물들을 사왔다. 거의 대부분 신문에 대전사건이 실렸는데 이상하게 조선일보에만 안 실렸다. 가장 노골적으로 실렸으리라 짐작 했는데 빠지다니. 구속된 날은 2003년 10월 1일 오전이다.
10월 1일이라니, 분명 출두를 밝힌 상태에서 월 초 새벽이라면, 이미 준비된 뭐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상상력이 풍부한 개인적 생각이긴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은 11월 30일이다. 두 달이 고스란히 그렇게 흘렀다. 사건은 대전에서 천안으로, 구속 한명과 불구속 한명을 내고, 안산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형성되어 있는 경기서부지역으로 옮겨졌다. 바로 얼마 전 전국 노동자대회가 끝나고 20명의 조직가가 출두요구서를 받았다.
대전간부 구속이후, 건설연맹에 비대위를 세우고 결사대를 조직 대전간부 구속에 대한 투쟁을 하였다. 경찰은 수사에서 한발 빼는 듯하더니, 결사대가 각기 지역으로 내려간 이후 경기서부를 통해 건설노조에 일격을 가했다. 지난 11월 25일 대전에서 공판이 있었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현장 관리자들조차 노동조합을 두둔하였다는 말이 들었다. 묘한 재판이다.

언제였던가? 95년? 96년? 당시 전일노 간부 몇몇과 함께 전국순회를 가기위해 대전에 갔었다. 대전노조는 모 기독청소년 수련장에서 수련회를 하고 있었다. 하루 저녁을 대전일노 사람들과 보내고, 아침에 출발을 하려는데, 당시 위원장이 전국순회에 차도 없이 대중교통으로 해서야 되겠는가 하고 사람을 불렀다. 차와 운전수를 준 것이다. 승용차는 이후 몇 날을 함께 전국을 누빌 세피아였다. 운전수는 족구를 하다가 불려온 대전 정책담당자였다. 얼굴은 머쓱한 표정이었으나 위원장 말이라 거절을 못하고 옷을 갈아입고 차를 몰았다.
그는 고속도로를 거의 140-160으로 달렸다. 그의 성실성은 이미 서울에서 소문으로 들었다. 그런 성실한 그가 차는 왜 이리 급하게 모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습관이 그런 모양이었다. 나는 천천히 몰았으면 하는 의사를 내보였지만, 차의 속도는 더 이상 늦춰지지 않았다. 포항, 마창, 광주, 전주를 거쳐 다시 대전까지 왔다. 나는 선배들을 따라 다니면서 회의나 토론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때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운전을 하던 그 형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회의가 전이나 끝나고 마시는 술과 음식에만 집착을 했다.
당시 지역 간부를 했던 사람 대부분은 현재 현역간부로 남아있지 않다. 몇몇은 현장 노동자로 혹은 다른 단체로 갔고, 더러 직업을 바꾼 사람도 있다. 그 차안에 있던 순회를 함께 했던 이규재 전국위원장님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거쳐 범민련 부의장이 되었고, 나머지는 아직 건설노조 간부로 일하고 있다. 그 차 운전수도 마찬가지다.
전국순회를 다녀오고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이다. 술에 만취해 조합 사무실에서 누워 보대끼는 몸을 달래고 있는데, 대전에서 한 가지 지독하게 더러운 소식이 온 것이다. 운전을 했던 그 형이 감전사고로 서울로 이송 중이라는 것이다.
일주일을 사이로 그런 일이 일어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기 어려웠다. 병운에 가보니, 병원의 그 형은 이미 양다리와 두 팔목을 절단하고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그 형 얼굴을 대하고 보니 두 가지가 느껴졌다. 사람 앞일은 모르는 것이고, 그런 사고를 당하고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형은 늘 웃었다. 그 이후에도. 큰 집회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서울로 올라왔다. 의족과 의수, 너털웃음. 느릿한 충청도 말, 작년인가 그는 위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구속되었다. 금품 갈취로.

건설노동자는 1974년, 황석영의 객지를 통해 세상 사람들 눈에 투영되었을 것이다. 단돈 백 몇 십 원을 벌기 위해 뼈가 녹아나게 일하는 노동자들, 쟁의 그리고 실패, 주인공은 훗날을 기약한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흘렀다. 주인공의 염원대로 1987, 88 노동자 대투쟁에 이르러 건설노동 조직은 구체화 되었다. 88년 3월 10일 근로자의 날을 기점으로 정식으로 서울, 영등포에서 건설노동조합이 출범을 하였다. 출범하는 모임은 작았지만, 그 울림은 100년 역사의 건설노동현장의 역사를 바꾸는 단초가 되었다. 일제치하에서 전평의 토건노조 이후 처음으로 건설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강령을 새기고 권익증진을 위한 횃불을 밝힌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90년 1월 추운 겨울 스크랩한 신문 한 조각을 들고 노조를 방문 가입을 했다.
처음 노조의 의미는 존재하는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노조가 88년 이후 각 지역에서 노조를 건설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역사를 형성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포항, 여천, 성남, 마창, 전주등 더러는 힘 있게 자리매김하여 남고, 더러는 없어지기도 했다. 오직 조합비만으로 운영하는 지역노조의 건설유지는 만만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직 젊은 간부들의 헌신 속에 조직의 역사가 쌓여나간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이끌어 가던 중 97년 말 IMF가 터져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그 어려운 때를 기점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건설노조가 각 지역에서 건설되었다. 기존의 조직은 새로운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97년 이후 여러가지 사회적 변화가 심했고, 노조에서도 새로운 사업이 절실하게 요구방던 때이기도 했다. 역량을 얻은 각 조직들이 안산노조를 기점으로 건설노동의 현실적인 부당한 문제를 가지고 건설노동 역사 100년간 굳게 잠겨있던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건설현장의 거대한 문을 직접 두드린 것이다. 아파트 건축현장에서 최초로 단체협약을 했다.
하루 2명씩 산재사고로 죽어나가는 이 현실, 유급으로 쉬는 날이라고 노동절뿐이다. 그것도 일부 현장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 질 뿐이다. 안전과 근기법의 사각지대, 이른 새벽 6시면 현장 문이 열리고, 7시 일 시작, 오후 6시가 되어야 현장 밖을 나온다. 단체협약을 현장별로 맺어 온지 삼년 째, 협상과정에서 공갈협박, 전임비의 금품갈취로 난관에 부닥쳤다.
대전에서 6명, 천안에서 2동, 경기서부에 20명 다음은 어디가 될까? 검찰증인조차 합법적인 것은 인정하는 판에 일급장애자를 볼모로_내가 보기에는 정말 그렇다_잡고 죄를 인정하라 한다. 100년간의 안락한 지배 구조에 대한 도전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화가 났나? 몹시? 아니면 정말 우리가 잘못을 한 것일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는 저 암울한 봉건 중세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 이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없지만.

내 노래 한자락 하겠다.

백년 굳은 문 열어보니
고대 무덤 공사판이다

하루 둘 제단에 올리길
삼백육십오일 만근이로고

오늘은 누굴까
또 내일은

바닥은 붉은 피 질척이고
주인나리 셈하는 소리는 흥겹다

입구에 선 검은 옷 저승사자 명부펼치고
다음 제물을 고르며 소리친다

어이, 거기! 문 닫고, 이리 와!
나으리, 어떡하죠? 문을 바라시 했는데요.

모처럼 글 쓴다. 어제 아름다운 만남에 늦게까지 참석한 처는 벌써 떨어졌다. 나도 자야겠다. 늦었다.
“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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