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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칼럼 > 최경주


건설 일용노동자로 오래 살아 왔습니다.
현재는 <건설연맹 서울건설지부>에서 조합원으로 있습니다.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한 친구가 다친 날
 칼럼니스트  | 2010·01·26 22:59 | HIT : 3,286 | VOTE : 313 |
점심 직후, 지하 승강장에서 일하던 친구 하나가 추락했다. 몸집이 작은 동료였다. 한 오십여 킬로 나가려나, 작업복까지 육십 킬로쯤 나갈 게다. 철제 임시 계단을 밟고 텅텅거리며 뛰어 가보니 계단 아래에 먼지와 코킹이 범벅이 된 채 오만상을 찌푸리며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팔이 아프다고 해서 지지하려고 나무토막을 찾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 다른 직종 사람들은 마치 아무 일이 없다는 듯 주변에서 자기 일에 정신이 없었다. 그 한 화폭에 이질적인 두 모습을 보니 꿈을 꾸는 듯 묘한 기분이었다. 다단계 하청과 박한 임금으로 딴청 부릴 시간 여유들이 없는 게다. 그래서 다쳤을 테고. 마침 콘크리트 타설 중이라 호이스트가 정지되어 있었다. 그 친구를 손으로 들고 지상까지 올라가야 했다. 누군가 가져온 들것에 묶어 친구를 들고 가파른 철판 계단을 오르는데 너무 무거워 들것 손잡이를 놓칠 것만 같았다. 숨이 차고 손가락이 차츰 벗겨지고 있었다. 옆 친구의 이마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머릿속에 다친 친구 몸집이 작아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무게 칠십여 킬로인 내가 누워 있으면 어떻게 되겠나? 아마 들고 올라가다가 아래로 던져버리고 싶을 게다.
어렵게 지상으로 나와 친구를 싣고갈 차를 기다렸다. 다친 친구를 내려놓고 서 있으니 책임자가 웃옷을 벗어 덮어 준다. 서넛이 뒤에 서서 담배를 뻑뻑 빨며 먼 산을 쳐다보는데 추워서 그랬는지 문득 눈물이 맺혔다. 골반이 다쳤거니 하고 들것으로 올렸는데 조금 지나니 조금씩 움직였다. 병원에 간지 서너 시간 후에 들으니 팔목만 부러졌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내가 이 현장으로 옮겨 오기 직전 한 친구가 사다리 작업을 하다 넘어지면서 발이 사다리 안으로 들어가 거꾸로 떨어져 뇌를 다쳤다고 한다. 지금도 병원에 있는데 뇌가 회복하는 단계라 처와 앉아서 공부해야 한다고 숫자를 외우고 있다고 한다.
사고가 났으니 당연히 특별 안전교육을 받아야 했다. 안전관리자는 우리를 달래는지 일꾼을 탓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어려운 시기 박봉으로 목숨 바쳐 일하는데 어찌 탓하겠는가 한다. 공무원들이 술 마시다 다쳐 산재를 승인받았네 마네 하는 이야기가 신문에 났다는데 근래 신문을 못 봐서 모르는 말이다. 하여간, 일꾼들은 중노동을 하다 다치면 다쳐서 아프고 다쳤다고 욕먹고 어렵게 산재처리 해도 돈 몇 푼 안 나와 평생 어렵게 살아야 하네 마네, 이 공사 마치며 일 년에 한 번 현장에 나올까 말까 하는 인물들이 공치사를 다하고 현장에 동판으로 이름을 새기네 마네 한다.
그 친구에게 오늘은 우울한 날이었다. 새벽부터 일하러 나왔다가 팔목이 부러져 들어가야 한다니. 골반 뼈가 무사한 것은 다행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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