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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칼럼 > 최경주


건설 일용노동자로 오래 살아 왔습니다.
현재는 <건설연맹 서울건설지부>에서 조합원으로 있습니다.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열나흘째, 경쟁
 칼럼니스트  | 2009·12·11 11:34 | HIT : 3,100 | VOTE : 261 |
우리 세 명이 주말부터 주간 조로 바뀌었다. 누군가 주간 조가 되어 마감해야 하는데, 우리 조가 된 것이다. 야간은 1.5, 주간은 1.0이니 주간으로 가는 순간 반나절 일당이 날아간다. 네 개 조가 각 구간을 맡아 일을 했는데, 올 때부터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누가 주간 조로 쫓겨 갈 것인가, 누가 제일 먼저 떨어져 나갈 것인가였다. 어차피 날일꾼이란, 마감이 다가올수록 현장을 옮겨야 한다. 사장 입장에서 돈을 지불하기에 부담스런 조부터 하나씩 현장에서 내보내는 게 이 바닥 법칙이다. 칼질이 시작되면 팔꿈치 싸움도 시작된다. 모두 한 칸 뒤로 물러나려고 상대의 어깨를 앞으로 밀며 헛발질을 한다.

촌로처럼 생긴 사장은 뒷짐을 지고 자정까지 현장에 어슬렁거렸다. 누가 일을 얼마나 했나 알아보고 다닌다. 일이 마감에 다가올수록 각 조의 퇴근 시간이 조금씩 느려졌다. 서로 말을 않지만, 팔꿈치로 밀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내가 ‘남보다 5분 늦게’를 외치면 나머지 두 양반은 그대로 복창을 했다. 하루는 김씨가 볼트를 조이다 말고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한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털보 조는 사장 친구고 빼빼 조는 반장이 조장이다. 우리 조와 대머리 조는 뜨내기고 우리는 사람이 가장 적은 셋이다. 그 중 우리 평균 단가가 제일 세다. 각 조의 기술적 능력은 그 팀 평균 단가가 결정한다. 그럼에도, 선두 싸움이 아니고 꼴찌 싸움이다. 왜냐하면, 경쟁에서 승자의 법칙은 기술의 깊이가 아니라 권력의 무게가 결정하니 말이다.

결국, 이번 주말을 끝으로 뜨내기 조가 현장에서 손을 떼고 우리가 주간으로 빠졌다. 자존심으로 따지면 밥그릇을 발길로 걷어 차야하지만 정중하게 실리 앞에 허리를 굽히며 웃었다. 사장은 다가와 지그시 우리의 어깨를 누르며 돌아서서 방귀를 뀌었다.
"이 현장 노동 강도가 센가?"
"천만에 말씀을, 누가 그런 개소리를, 일 열심히 하다가 죽은 사람 없습니다."
"그래도 천천히 해야지. 젊어서 한대가리 쉬는게 보약 아니던가?"
"보약중 최고의 보약은 밥이죠. 그러자면 일을 해야 하니까 일이 보약입니다."
"그래도 내가 밉지, 아닌가?"
"원 별 말씀을. 밥통을 뺏는 놈이 밉죠. 사장님은 일을 주잖습니까."
"자네 나이먹더니 눈이 밝아 졌구먼."
"애가 셋입니다. 노동일 팔십까지해야 합니다."
"무슨 애가 그리 많은가? 애낳는 24시간 편의점하고 결혼했나?"

떠살이 노동자에게 전국이 현장이고 자본은 끊임없이 일거리를 제공 할 텐데 한 달 남짓 현장에서 겨울철 살아남기가 치열하다. 마치 여기가 마지막 현장인 것처럼 지독한 근시로 변하는 것은 연말 연초가 건설현장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촌로 사장이 혀를 끌끌 차며 시작을 알리는 손뼉을 치면 우리는 라면 먹던 나무 젓가락을 던지고 미친 듯이 짖기 시작한다. 입안의 라면이 날아가 서로의 이마에 붙으면 머리를 치받고 옆구리를 주먹으로 찌른다. 노동의 신성함은 개나발 똥 싸는 소리고 우리는 진흙탕의 개로 변해 서로의 눈을 찌르고 사타구니 걷어차며 누구하나 떨어질 때까지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다. 노동자이기에 동료로서 왼손으로 악수를 하고 오른손으로 손가락꺾기를 한다.

오늘, 우리는 절반은 살았지만 목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김씨 말대로 아직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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