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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칼럼 > 최경주


건설 일용노동자로 오래 살아 왔습니다.
현재는 <건설연맹 서울건설지부>에서 조합원으로 있습니다.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열흘째, 세계를 굴리는 손
 칼럼니스트  | 2009·12·07 07:08 | HIT : 3,053 | VOTE : 268 |
네이버 인물에 빌리 코놀리라는 인물이 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용접공들은 자신이 용접공이라는 것을 싫어하고 마누라를 싫어하고 자기가 사는 도시를 싫어한다고 한다. 그의 말이 아니라 늘 내가 하던 말이었고 듣던 말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 말이 눈에 박힌 들보처럼 빠지지 않았다. 백번 맞는 말이며,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 말은 정답이다. 내가 노동자는 역사의 주체라고 수만 번 떠들고 다녔지만 코놀리의 말이 내 진심과 가깝다. 육체노동은 모든 것을 부정하게 한다. 내 고백이다.

그런데

어제 퇴근은 할 때, 마을버스를 타고 함께 내린 중년 사내가 있었다. 새벽 6시쯤 되었을 게다. 마을버스 안에는 둘만 있었다. 내가 내릴 곳에서 그가 먼저 발을 내디뎌 내리더니 골목으로 사라졌다. 모르긴 해도 그도 밤새 일을 하고 퇴근하는 노동자였을 게다. 그게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밤새 일을 하다니, 모두가 잘 때 말이다. 누군가는 깨어 있었다. 공익광고에 나올 법한 이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언젠가

손석희의 새벽 방송을 들으며 출근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방송을 시작하면서 ‘밤새 노동을 하시고 퇴근 하시는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을 했었다. 언젠가 조치훈이 기성타이틀을 따고 인터뷰에서 ‘땀 흘려 일하시는 분들 계신데 바둑두고 이런 상을 받아 죄송하다’라고 말을 했었다.

그래서

빌리 코놀리가 코미디로 성공을 하지 않고 용접공으로 살았다면 자기 직업을 사랑했을까? 자기 직업을 싫어하고 마누라를 싫어하고 자기 도시를 싫어하는, 그래서 그는 용접공을 떠나 코미디언이 됐을 것이다. 직업을 마누라를 도시를 사랑하려고. 그럼 손석희는 뭔가? 조치훈은? 그들 직업이 밤새 노동을 하거나 땀을 흘리지 않아서 그저 좋게 말을 한 것인가? 모를 일이다.

문득

나는, 차가운 영하의 기온이 들어오는 차 밖으로 내려서는 그 중년 사내의 등을 보면서 어떤 따뜻한 감정이 느껴졌다. 처지가 같아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밤 10시부터 일하다 새벽 1시에 라면을 먹고 새벽 5시까지 노동을 했을. 어쨌든, 내 일이 단지 먹고살기 위한, 내 신분이 바닥이기에 죽지 못해 하는 노동일지라도, 누군가가 어떤 이유로든 땀을 흘리기에 이 세계가 돌아가고 있음을 뼛속깊이 깨달았다. 내가, 남이, 뭐라고 떠들어 대든 나는 오늘 이 거대한 도시를 굴리는 참된 노동을 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내가 무산자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 마음의 안정이 느껴졌는데 이와도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더 생각을 해봐야 겠다.
류인숙 아저씨, 12월이 다 가기 전에 서른여덟 명(?)이 다르게 부른 '벨라 차오'를 들으러 오세요. 아침 출근길 누가 마치 봄비가 내린 것 같다는 말을 하더군요. '육체노동은 모든 것을 부정하게 만든다'라는 말이 아프게 들리는 그런 봄날 같은 겨울날의 아침입니다.

09·12·11 10:15 삭제 수정

칼럼니스트 벨라 차우. 이 노래를 듣다보면, 대장정때 천산인가를 넘다가 소년병들이 두팔을 들어 해방을 외치며 얼어 죽어 눈에 덮여, 눈속에 솟아난 수많은 두 팔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빨치산, 아직도 이 땅에서는 저주를 받은 단어지만, 벨라 차우를 들을때면 가슴이 뜨겁게 달구어 집니다. 벨라 차우 차우 차우! 한 번 들읍시다. 언제든 호출만 떨어지면 갑니다.

09·12·11 11: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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