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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칼럼 > 최경주


건설 일용노동자로 오래 살아 왔습니다.
현재는 <건설연맹 서울건설지부>에서 조합원으로 있습니다.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첫날, 불확실성의 원리
 칼럼니스트  | 2009·11·28 11:01 | HIT : 3,215 | VOTE : 258 |
일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을지로 4가 쪽에서 방화셔터가 내려졌다.
자정이 넘어가고 새벽이 다가와 지칠 무렵, 아까 그 사내가 다가와 피곤한 듯 스위치를 누르자 셔터가 올라갔다.
그렇게 하루 작업이 끝났다.
올라가는 셔터를 바라보는 묘한 기분은 뭘까? 셔터의 내려감과 올라감 그 사이가 내게는 하루 8시간 노동이었다니.  
그때쯤 뜯긴 천정에 밤새 했던 일이 눈이 들어왔다.
한쪽에서 동료가 허리를 구부리고 감속기를 단 기계처럼 무겁게 청소를 시작했다.

어제부터 철야 일을 시작했다.
몸이 축난다고 반쯤은 다른 현장으로 갔지만, 나는 일당이 조금 많기도 하지만 낮 시간이 비어 기꺼이 철야를 택했다.
셔터가 내려간 후에도 사람들이 오고 가고 2시쯤에는 뜸하더니, 한 중년 사내가 긴 지하상가를 터덜거리며 한참을 걸어와 셔터 앞에 잠깐 서서 황망한 듯 올려보다가 문득 옆에서 일하고 있는 내게 물었다.
“차 끊겼나요?”

나는 가끔 시간이나 방향을 잃는다.
그리하여
나는 내게 확인하듯 묻곤 한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나는 어떻게 가고 있을까?
나는 내게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있나?

5시 반, 전철 타러 가려는데 전형이 새벽에는 맑은 공기 맡으며 걸어야 한다기에 밖으로 나와 오래된 을지로 인쇄 길을 한참 걸으니 새벽 으스름 속에 백병원이 보였다.
아, 여기에 그 유명한 백병원이 있었구나?
그렇게 첫 날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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